매년 별내어린이천문대와 구리어린이천문대 선생님들은 유명한 관측지나, 보기 드문 천문 현상을 쫓아 바다를 건넙니다. 하와이 4,000m 높이의 마우나 케아에 있는 구름 위의 관측소를 방문하고, 은하수를 맨눈으로 담았습니다. NASA 휴스턴 스페이스 센터를 방문해 새턴V와 팰컨9을 직접 보고, 개기 일식을 경험하기 위해 텍사스와 아칸소주를 오가며 왕복 1,500km 이상 운전을 하기도 했죠. 하지만 이번 여행은 조금 새로웠습니다. 천체 관측이나 천문 현상이 아닌 한 천문학자의 삶을 따라가기 위해 여정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천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사람, 자연 철학자이자 물리학자,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현대 천문학의 아버지, 갈릴레오 갈릴레이입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평생을 이탈리아에서 머무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피사에서 7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피렌체 남쪽의 작은 마을에서 가택 연금을 당한 채 눈을 감았습니다. 우리는 그의 파란만장한 삶의 흔적을 보기 위해 2025년 6월 직접 이탈리아로 향하기로 했습니다.

유럽 여행의 종착지라는 이탈리아는 그 명성 답게 푸른 하늘과 뜨거운 태양, 그리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여러 도시를 제한된 시간 안에 살펴볼 계획이었기에 밀라노로 입국하여 바로 베네치아, 피렌체, 피사를 관광하고 로마로 출국하는, 약간은 빠듯한 일정을 잡았습니다. 얼핏 한 도시라도 포기할 법 하지만 모두 갈릴레이의 흔적이 진하게 남은 곳이기에 어느 곳도 버릴 수 없었습니다. 물론 관광지로서의 매력도 아주 큰 도시들이죠.
피사를 여행하는 사람들과 피사에서 탐구하는 사람들
갈릴레이는 1564년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피사에서 태어났습니다. 7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갈릴레이는 예술가 아버지를 두었습니다. 음악 이론가로 활동하던 아버지 빈센초 덕분에 갈릴레이는 학문적인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그 때문인지 갈릴레이는 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1581년, 17세의 나이로 피사 대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하지만 곧 수학과 자연철학 (물리학, 천문학 등 현재의 과학을 아우르는 말)에 더 큰 흥미를 느끼며 진로를 바꾸게 됩니다. 학위 없이 피사 대학교를 중퇴하고 독학으로 수학과 자연철학을 탐구하기 시작했다고 전해집니다. 이곳 피사는 갈릴레이의 학문적 전환점이 되는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도 현재도 기울어진 탑으로 유명한 도시 피사는 피렌체에서 기차로 약 1시간 가량 떨어진 작은 도시입니다. 피렌체 중앙역에서 출발한 우리는 피사의 산 로소레역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서 걸어서 약 10분이면 피사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사탑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역에 내리는 관광객들은 많았지만 도시 자체는 고요하고 차분했습니다. 걸어가는 동안 우연히 피사 대학의 한 캠퍼스를 지나게 되었는데, 노트북을 펼치고 공부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이 창 밖에서도 잘 보였습니다. 저 학생들이 갈릴레이의 후배들이라고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몇 세기를 뛰어넘어 같은 도시, 같은 대학에서 여전히 무언가를 탐구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피사의 사탑과 갈릴레이의 실험
피사의 사탑은 사진 속 보다 훨씬 위태롭게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마치 곧 쓰러질 것만 같은 모습의 탑은 확실히 탑으로 유명한 도시 다웠습니다.
더불어 이 도시는 그가 과학을 탐구하며 남긴 한 실험으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바로 갈릴레이의 낙하 실험입니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에 따르면 무거운 물체는 가벼운 물체보다 빨리 떨어진다고 했습니다. 10배 더 무거운 물체는 10배 더 빨리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갈릴레이는 이 설명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갈릴레이는 가만히 생각해 봤습니다. 만약 벽돌과 고무공을 끈으로 묶어 떨어뜨린다면 어떻게 될까?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대로라면 무거운 벽돌은 빨리 떨어지려 할 것 이고, 가벼운 고무공은 느리게 떨어지려 할 것입니다. 무겁고 빠른 벽돌에 가볍고 느린 고무공이 묶여 있다면, 벽돌 혼자 떨어질 때보다 느리게 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끈으로 묶여있으니 두 물체는 하나처럼 떨어져야 하는데, 이 때는 벽돌과 고무공의 무게가 합쳐지니 더 무거워져서 벽돌 혼자 떨어질 때 보다 더 빨리 떨어져야 합니다. 빨리 떨어지면서도 동시에 느리게 떨어져야 하는 모순이 생겨버린 것입니다.

갈릴레이는 이렇게 사고실험 하나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갈릴레이는 피사의 기울어진 탑에서 두 물체를 떨어트려 속도를 비교하는 낙하 실험을 진행 했다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 퍼진 이야기로, 실제 갈릴레이가 실험을 하지는 않았다고 밝혀졌습니다.
우리는 사람들로 가득 찬 광장에서 피사의 사탑을 배경으로 갈릴레이 낙하실험을 모의로 진행해 보았습니다. 비록 정교한 장비 없이 다른 무게의 두 물체를 손으로 떨어트려보는 아주 간단한 실험이었지만, 결과는 분명했습니다. 무게에 상관없이 모든 물체는 같은 속도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몇 백 년이 지난 지금 이곳에서 몸소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갈릴레이의 집과 460년의 세월
피사의 사탑을 뒤로 하고 조금 덜 유명한 갈릴레이의 흔적을 찾아 자리를 옮겼습니다. 중앙역 방향이 아니라 그런지 이동하는 버스는 한산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또 10분, 새소리만 들리는 주택가 가운데 갈릴레이가 태어났던 집이 있었습니다. 분홍색 페인트가 칠해진 좁고 높은 집은 기대 이상으로 깔끔한 외관을 가졌습니다.

비록 세월의 흔적으로 인해 450년 전 갈릴레이가 탄생한 그 건물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그 위치에 그대로 지어진 새로운 집이 갈릴레이가 이 곳에서 태어났다고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1층은 부동산, 2-3층은 일반 가정집이 되어 건물 내부를 샅샅이 살펴볼 수 없었습니다. 다만 선생님들은 1층 복도에 전시된 갈릴레이의 이야기를 열심히 읽어볼 뿐이었습니다. 우리 같은 외국인들을 위해 영어로도 쓰여진 글과 자세한 그림 속에서 선생님들은 그의 삶을 잠시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갈릴레이의 집을 뒤로하고 우리는 도시를 떠났습니다. 피사에서 갈릴레이의 탄생과 그의 학문적 호기심들을 알아보니 다음 도시에는 또 어떤 갈리레이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욱 기대되었습니다.
‣ 작성 : 별바다 신문 이봄 주임연구원 ( spring@astrocamp.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