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대비책 step2 – 별만 보고 오늘 날짜 알기 (하지, 추분, 동지 그리고 춘분)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별만 보고 오늘 날짜 알기

아포칼립스 대비책 step1에서는 별을 보고 나의 위치를 알아봤습니다. 북극성을 찾아 위도를 확인하고, 정오를 이용해 경도를 찾을 수 있었어요. 이번에는 하늘에 뜬 천체들을 보고 오늘이 며칠인지 가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복잡한 계산이 아닌 아주 간단한 것들 위주로 살펴봅시다.

우선 재미를 위해, 날짜를 알아야만 하는 재난 상황을 가정해봅니다.

황폐화된 지구, 일러스트 /무료 이미지 ThankYouFantasyPictures

먼 미래, 지구는 황폐화 되어 더 이상 인간들은 이 행성에서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없습니다. 새로운 보금자리인 화성으로 가는 마지막 탈출선은 8월에 출발한다는 소식이 돌았습니다. 오늘은 몇 월 며칠일까요. 이미 8월이 지났을까요? 마지막 탈출선을 타기 위해 여정에 오를 지, 아니면 내 고향에서 생존을 위해 노력할 지 선택해야 할 때입니다. 하지만 지구에는 더 이상 실시간으로 날짜와 시간을 알려주는 전자기기는 없습니다. 도구는 오로지 눈과 하늘, 시계정도죠. 이걸로 날짜를 알아내야 합니다.

억지라고요? 뭐 어때요. 지금부터 하늘을 보고 날짜를 추측해서 결정을 내려봅시다.


1년의 기준 1월 1일, 누가 정했나

일단,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이 달력이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진 건지 알아봐야겠습니다. 천체와 연관이 있을까요?

있긴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은 태양을 기준으로 하거든요. 고대 이집트인들은 지구가 태양 주변을 한 바퀴 도는 것을 1년으로 하여 365일, 열 두 달을 만들었어요. 이를 태양력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천체와 연관이 없기도 합니다. 1년의 기준인 새해 첫날은 전 세계에서 다양한 이유로 각양각색이었거든요. 종교적으로 의미 있는 12월 25일인 적도 있었고, 봄의 시작이자 농사의 시작인 3월이기도 했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시리우스 별의 위치를 기준으로 7월 중순 경에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율리우스 카이사르 조각상 /Nicolas Coustou작품

고대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기원전 45년, 이집트의 태양력을 차용해 율리우스력을 만들어 시행합니다. 이 달력은 1월 1일을 새해 첫날로 정했습니다. 이 날을 선택한 천문학적인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율리우스력을 개정한 ‘그레고리력’을 사용하는데요. 새해 첫날이 1월 1일인 것은 율리우스력을 따라 그대로입니다. 즉, 새해 첫날은 천문학적이라기보다는 역사적인 것에 가까운 것입니다.

하지만 천문학적으로 특별한 날들과 그레고리력을 연관시킬 수 있습니다. 특정 천문 이벤트가 며칠에 일어나는 지 기억해 두기만 하면 됩니다.


천문학적으로 특별한 날 1 : 지구 근일점과 원일점

그럼 천문학적으로 특별한 날들을 몇 가지 짚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지구의 공전’때문에 생기는 날입니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어요. 정확한 원이 아닌 타원 궤도지요. 태양은 지구가 그리는 타원궤도의 초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지구와 태양은 1년 간 서로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게 됩니다. 이 때, 지구가 태양과 가장 가까울 때를 근일점, 가장 멀리 있을 때를 원일점이라 부릅니다.

현대에 지구의 근일점은 1월 초, 원일점은 7월 초에 일어납니다. 근일점과 원일점을 기준으로 날짜를 셀 수 있는 것입니다.

2021년 태양의 근일점(왼쪽)과 원일점(오른쪽)의 크기 비교 /NASA, Tony Rice

근일점과 원일점을 찾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태양의 크기를 살펴보면 됩니다. 지구가 태양에 가까워진 근일점에는 태양이 크게 보일 것이고, 멀어진 원일점에는 태양이 작게 보일 것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평소 태양의 크기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셨나요? 당연합니다. 그 차이가 아주 미미하기 때문입니다.

즉, 태양의 크기를 보고 원일점과 근일점을 찾은 후 날짜를 가늠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방법입니다.


천문학적으로 특별한 날 2 : 춘분점, 하지, 추분점 그리고 동지

두 번째는 ‘지구의 기울어진 자전축’ 때문에 일어납니다. 지구는 공전 궤도면에서 23.5도정도 기울어져서 돌고 있습니다. 때문에 언제나 태양과 가까운 적도 지방을 제외하면 지구가 어느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는 지에 따라 계절이 생기게 돼요.

만약 지구의 자전 축이 태양 방향으로 기울어 져 있다면 태양은 일찍 떠서 높은 하늘까지 올랐다가 늦게 지게 됩니다. 낮이 길고 더운 여름입니다. 반대로 지구의 자전 축이 태양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 져 있다면 태양은 늦게 떠올라 얼마 안 가서 져버리고 맙니다. 낮이 짧고 추운 겨울인 것이죠.

계절에 따른 태양의 고도, 가장 높게 떴을 때(76°)가 하지, 가장 낮게 떴을 때(29°)가 동지, 그 가운데(52.5°)가 춘분과 추분이다. /어린이천문대

지구에서 볼 때는 계절이 변하는 것을 태양의 남중고도(천체가 남쪽 하늘에서 가장 높게 뜰 때의 고도)가 1년 동안 높아졌다가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절기 상으로 1년 중 태양이 가장 높게 뜨는 날을 하지, 태양이 가장 낮게 뜨는 날은 동지라 합니다. 하지에는 태양 고도가 높아진 만큼 낮이 길고 밤이 짧아집니다. 반면 동지에는 태양 고도가 낮아진 만큼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집니다. 하지와 동지 사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질 때를 추분, 동지와 하지 사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질 때를 춘분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찾을 수 있는 네 가지 절기는 다행히도 매년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는 매년 6월 20일 경, 추분은 9월 22일 경, 동지는 12월 21일 경, 춘분은 3월 20일 경이죠. 이 네 날짜만 외운다면 날짜를 가늠하는 것도 아주 쉽답니다. 드물게 하루 정도 차이 날 수 있으나 이 정도 오차는 수용 가능합니다.

천문학적으로 특별한 날 3 : 생일 별자리와 황도 12궁

하지, 추분, 동지, 춘분으로 날짜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하셨을 것입니다. 만약 오늘이 태양의 남중고도가 가장 낮은 동지라면 대략 12월 21일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날짜를 알기위해서는 매일매일 태양의 고도를 측정해서 가장 높거나 낮은 날을 찾아야할까요?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길게는 6개월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너무 오래걸리는 방법은 비효율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에 밤하늘의 별자리를 더 해 보겠습니다. 별자리는 계절별로 바뀝니다. 봄에 볼 수 있는 별자리와 가을에 볼 수 있는 별자리가 달라요. 이렇게 달라지는 별자리들로 날짜를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 기준을 ‘태양’으로 잡아봅시다.

별자리 차트와 황도. 가운데 그어진 물결 모양의 선이 황도이다. 태양은 1년 동안 이 선을 따라 별자리 사이를 움직인다.

태양은 고도 뿐만 아니라 위치도 시간에 따라 변합니다. 1년동안 태양은 하늘 속 별자리 사이를 누비며 한 바퀴 돌게 되는데, 이 때 태양이 지나는 길을 ‘황도’라고 합니다. – 달이 지나는 길은 ‘백도’라고 합니다. 둘 다 복숭아가 생각나는 이름이네요. – 이 황도 상에 있는 별자리 열 두개를 황도 12궁이라고 따로 이름 붙여 부르기도 하죠.

태양은 고맙게도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별자리를 지납니다.– 시간에 따라 변해가지만 앞으로 몇 세기 정도로는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 예를 들어 춘분 즈음에는 물고기자리를 지나고, 추분 즈음에는 처녀자리를 지나고 있어요. 태양이 몇 월에 어떤 별자리를 지나는 지 알고있으면 날짜를 가늠하기 아주 쉬워집니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태양이 너무 밝아요. 태양이 지금 어떤 별자리를 지나는지 인간의 눈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별자리들이 너무 커서 정확한 날짜가 아닌 대략적인 월만 알 수 있다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겠네요.

태양이 지나는 별자리, 황도 12궁. 적힌 날짜는 생일 별자리를 나타낸다. 현재 태양이 지나는 날짜보다 약 한 달 느리다. 예를 들어 쌍둥이자리는 사진에서 5/21 – 6/21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실제 태양은 6/21 – 7/21 한 달 간 쌍둥이 자리 앞을 지난다. /어린이천문대

사실 태양이 밝아서 생기는 문제는 시계만 있으면 간단히 해결 가능합니다. 낮의 태양이 아닌 반대쪽의 밤을 보면 됩니다. 태양이 남쪽에서 가장 높게 뜰 때(남중할 때)는 정오입니다. 시계를 태양이 남중 할 때 정오로 잘 맞추어 놓고 기다립니다. 태양의 반대편 하늘이 뜰 때 까지요. 12시간 뒤 자정, 태양의 반대편에 있는 별자리가 남쪽 하늘에 자리잡습니다. 만약 자정에 쌍둥이자리가 남중해있다면, 지금 태양은 쌍둥이자리의 정 반대편에 있는 궁수자리에 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겠지요.

어떤 별자리가 누구의 반대편에 있는 지, 몇 월에 어느 별자리를 지나는 지는 어떻게 아냐구요? 기억해야지요. 이건 어쩔 수 없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별자리 몇 개를 선택해 외워둡시다.

저라면 (6월 21일 – 하지 – 자정에 쌍둥이자리 남중), (12월 20일 – 동지 – 자정에 궁수자리 남중) 정도 외워 둘 것 같네요. 물론 쌍둥이자리와 궁수자리가 어떻게 생겼는 지 정도는 알고 외워야겠습니다.

하늘을 보고 날짜를 가늠하는 방법 두 가지 정리

  1. 태양의 남중고도를 확인한다. 가장 높은 날이 하지(6월 20일), 가장 낮은 날이 동지(12월 20일)이다.
  2. 황도 12궁을 사용한다. 자정 남중하는 별자리의 반대편에 있는 별자리가 현재 태양이 지나고 있는 별자리. 태양이 언제 그 별자리를 지나는 지 외워만 둔다면 고민 해결이다.

그럼 우리는 탈출선에 오를 수 있을까?

같은 날 정오에 본 남쪽(S) 하늘과 자정에 본 남쪽 하늘. 별자리 선과 별자리 이름을 표시하였다. /Stellarium

사진을 살펴봅시다. 태양이 하늘 높이 떠 있습니다. 기온과 태양 고도를 보아하니 겨울은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오늘 하루 태양 고도를 살펴본 것 만으로는 날짜를 가늠하기가 조금 어렵습니다. 자정이 되어 별자리를 관측해 봅시다. 남쪽 하늘 가운데 전갈자리가 떠 있군요. 그렇다면 지금 태양은 전갈자리의 반대편에 있는 황소자리를 지나는 중일테고, 태양이 황소자리를 지날 때는 5월말~6월 초입니다. 곧 하지(6월 21일)가 찾아오니 지금부터 태양 고도 관측을 통해 하지를 찾고, 정확한 날짜를 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찌되었건 8월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는 것 같아요. 천천히 탈출선 탑승을 위한 여정을 준비를 해 봅시다.

그럼 다들 아포칼립스에서 살아남기를.

작성 : 별바다신문 이봄 교육연구원
spring@astrocam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