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의 오리너구리” 발견… 제임스 웹이 찾은 초기 우주의 수수께끼

(별내=별바다신문) 이봄 주임연구원 =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가진 우주 망원경,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JWST)이 우주 초기 역사에 대한 우리의 상식을 깨는 기묘한 천체를 찾아냈습니다. 천문학자들은 이 천체를 ‘오리너구리’에 비유했습니다. 섞이기 힘든 특징들이 한데 모여있기 때문입니다.

새롭게 추가된 4개의 오리너구리 은하
Image: NASA, ESA, CSA, Steve Finkelstein (UT Austin); Image Processing: Alyssa Pagan (STScI)

발견의 시작, 작은 빨간 점

그동안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이하 제임스 웹)의 사진 속에는 ‘작은 빨간 점(Little Red Dots)’이라 불리는 천체들이 자주 포착되었습니다. 너무 멀리 있어 아주 작게 보이지만, 유독 붉은 빛을 띠고 있어 천문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왔었습니다. 여러 차례에 걸쳐 제임스 웹이 관측한 2000개의 천체를 분석한 결과, 천문학자들은 약 120억 년에서 126억 년 전에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신비로운 점 형태의 천체 9개를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들이 단순히 먼지에 둘러싸인 평범한 은하일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오스트리아 인스부루크 대학의 루카스 푸르타크(Lukas Furtak)와 아나 드 그라프(Anna de Graaf)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이 이 천체들을 정밀 분석한 결과,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오리너구리 /freepik

오리+너구리 = 오리너구리 천체!

오리너구리는 포유류이면서도 알을 낳고 오리의 부리를 가진 독특한 생물입니다. 이번에 발견된 천체 역시 기존 천문학 분류 체계로는 하나로 딱 정의하기 힘든 모순적인 특징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1. 은하의 특징: 이 천체는 수십억 개의 별들로 이루어진 은하처럼 행동합니다. 별들이 내뿜는 빛의 패턴을 가지고 있어 전체적인 형태는 은하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훨씬 작고 밀집되어 있습니다.
  2. 퀘이사의 특징: 동시에 이들은 중심에 위치한 거대 질량 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집어삼키며 강렬한 빛을 내뿜는 ‘퀘이사(Quasar)’의 특징도 명확히 보여줍니다. 하지만 퀘이사에 비해서는 어둡습니다.

이들은 퀘이사만큼 밝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은하보다는 훨씬 강력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즉, ‘은하’와 ‘퀘이사’ 사이의 경계에 놓인 중간 단계 천체인 것입니다. 마치 포유류의 몸과 조류의 부리를 가지고 있는 오리너구리와 같은 천체인 것이죠.

우주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

이 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거대 질량 블랙홀과 은하가 어떻게 함께 성장했는지에 대한 비밀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이론에 따르면, 은하가 먼저 커지고 그 후에 블랙홀이 커지거나 혹은 그 반대여야 했습니다. 하지만 ‘오리너구리’ 천체들은 은하와 블랙홀이 아주 초기 단계부터 매우 밀접하게 얽혀 동시에 성장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아주 좁은 공간에 엄청나게 밀집된 별들과 함께,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블랙홀을 품고있습니다.

작은 붉은 점 은하
Credits: NASA, ESA, CSA, STScI, Dale Kocevski (Colby College).

제임스 웹이라 가능한 관측

연구팀은 제임스 웹의 근적외선 분광기 (NIRSpec)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이전의 허블 망원경으로는 이들이 그저 작은 점으로만 보였지만, 제임스 웹은 이들이 내뿜는 빛의 파장을 세밀하게 분석하여 가스의 움직임과 별의 성분을 구분해 낼 수 있었습니다.

분광은 빛을 무지개색으로 나누어 그 속의 정보를 읽는 기술입니다. 마치 우리가 김밥을 펼쳐 그 속 재료를 알아내듯, 천문학자들은 별빛을 무지개처럼 펼쳐서(분광) 그 안에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확인합니다. 제임스 웹의 ‘근적외선 분광기(NIRSpec)’는 이 작은 점들에서 나오는 빛을 쪼개어 보았습니다. 그 결과, 별들이 내뿜는 차분한 빛(은하의 특징)과 블랙홀 주변의 가스가 거칠게 소용돌이치며 내뿜는 강력한 빛(퀘이사의 특징)이 한 곳에서 섞여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입니다. 단순히 보는 것을 넘었기 때문에 가능한 발견이었습니다.

안나 드 그라프 박사는 “이 천체들은 우주 초기에 은하와 블랙홀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가 될 것”이라며, “우리가 알던 우주의 형성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역동적이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이 은하들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또 분류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관측과 고해상도의 데이터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때까지 이 천체들은 마치 오리너구리처럼 특이하고 신비로운 존재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참조:
1. arXiv:2511.21820 [astro-ph.GA]
2. go.nasa.gov/4stHJwv
3. https://science.nasa.gov/missions/webb/newfound-galaxy-class-may-indicate-early-black-hole-growth-webb-fin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