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원래 크지 않았다? – 허블 발견 100주년

허블 발견의 순간 /Carnegie Institution for Science

우주는 넓고 크고 팽창하고 있습니다. 천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주가 이렇게 크다는 사실을 안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올해로 딱 100년 전인 1923년, 미국 윌슨산 천문대의 에드윈 허블의 발견에서부터 시작된 것이죠.

위 사진은 에드윈 허블이 1923년 10월 6일 윌슨산 천문대에서 찍은 안드로메다 성운의 모습입니다. 당시만 해도 안드로메다는 은하가 아닌 성운으로 불리고 있었습니다. 허블은 이 천체에서 여러 개의 신성을 발견해 ‘N(Nova, 신성)’이라 표기를 합니다. 하지만 곧 이 중 하나가 신성이 아닌 세페이드 변광성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다시 ‘VAR(Variable, 변광성)’로 표기를 정정하죠. 그러고는 놀라움의 느낌표까지 찍습니다. 세페이드 변광성은 거리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거든요.

허블이 세페이드 변광성을 이용해 알아낸 안드로메다 성운-어쨌든 당시에는 성운이었습니다.-까지의 거리는 90만 광년이었습니다. 이는 안드로메다가 우리은하 안에 있다고 하기에는 너무 먼 거리였습니다. 결국 안드로메다는 저 먼 우주 밖 또 다른 은하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죠. 우리은하 안에만 갇혀있던 우주의 크기가 안드로메다라는 외부 은하의 발견으로 엄청나게 확장된 순간이었습니다.

당시 안드로메다의 정체가 성운이냐 은하냐를 두고 많은 논쟁이 있었는데요. 허블이 안드로메다까지의 거리를 구하며 이 논쟁을 종결시켰습니다. 더불어 천문학계 슈퍼스타가 된 건 덤입니다. 여담으로 허블의 직장 상사인 할로 섀플리는 안드로메다는 성운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는데, 이를 지지하기는커녕 성운이 아닌 은하라는 걸 밝혀냈답니다. 원래도 딱히 사이는 좋지 않았지만, 이후로 둘의 사이는 어떻게 됐을지 상상이 가시나요?

허블은 이후로도 은하 연구를 꾸준히 합니다. 수많은 외부 은하들을 관측해 모양에 따라 분류했습니다. 나선 은하와 타원 은하, 불규칙 은하 등으로 분류한 허블 분류표는 지금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멀리 있는 은하가 더 빨리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관측하며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인 ‘허블 법칙(현재 허블-르메트르 법칙)‘을 발표하기도 합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이 2015년 찍은 안드로메다 은하 /NASA, ESA

아쉽게도 허블은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에드윈 허블의 이름을 딴 우주 망원경이 발사되며 이름이 오래도록 기억되고 있습니다. – 오히려 허블의 업적보다 우주 망원경의 업적을 기억하는 사람이 더 많을 정도랍니다. – 허블 우주 망원경(HST, Hubble Space Telescope)은 1990년 발사된 우주 망원경으로 현재도 지구 저궤도를 돌며 활발한 관측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위 사진은 2015년 허블 우주 망원경이 안드로메다 은하(M31)의 일부를 찍은 사진으로 1923년 허블의 관측과 비교해 얼마나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졌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허블의 발견 이후로 100년, 우주는 거대하고 팽창하는 놀라운 공간이 되었습니다. 우주의 끝을 보기 위해 더 커다란 우주 망원경이 달 너머로 향했고, 지구 크기의 망원경을 만들어 최초로 블랙홀의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앞으로의 100년은 어떤 발견들과 발전들로 채워질지 기대가 됩니다.

작성 : 별바다신문 이봄 교육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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