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보는 타임머신, ‘딥 필드(Deep Field)’에 관하여

아주 깊은 우주, 딥 필드

1995년 촬영된 허블 딥 필드 / NASA

별도 달도 없다고 생각했던 밤하늘의 아주 작은 조각, 그 깊은 곳에는 사실 3,000개의 은하가 살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우주 망원경이 지구 망원경으로 이미 찾아낸 것 외에 새로운 걸 발견할 수 없다고 했지만, 1994년 우주 망원경 과학 연구소(Space Telescope Science Institute)의 국장이었던 로버트 윌리엄스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1990년 발사되어 활발히 임무를 수행 중이었던 허블 우주 망원경의 가능성을 더 높게 생각했어요. 국장의 권한으로 망원경 관측 시간의 10%를 사용할 수 있었던 윌리엄스는 그 시간의 일부를 사용해 사진을 찍어보기로 결심합니다.

허블 딥 필드의 위치 /open source

큰곰자리의 꼬리 근처, 달도 은하수도 지나지 않고, 가까운 별도 은하도 없는 곳. 허블 우주 망원경은 10일간 아주 작은 까만 하늘 한 조각만 바라봤습니다. 1995년 12월 18일부터 10일간 342차례 촬영한 결과, 허블 딥 필드(Hubble Deep Field, HDF)를 완성했죠. 티끌같이 작은 밤하늘의 한 조각 안에는 수천 개의 은하가 있었던 것입니다.


딥필드 = 타임머신

처음 찍힌 딥 필드 사진을 봤던 당시 천문학자들은 어떤 기분일지 상상이 가시나요. 윌리엄스는 사진이 스크린에 뜬 순간, 이 사진에서 우리의 기원을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언급하며 지난 10일간의 촬영은 믿어지지 않는 경험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천문학자들이 깊은 우주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이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깊은 우주를 본다는 것은 멀리 있는 천체들을 본다는 것입니다. 태양계에서 너무 멀어 눈으로도, 지구의 망원경으로도 쉽게 볼 수 없는 희미한 천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천체들도 빛을 내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옅지만 분명히 있는 천체의 빛을 오랜 시간 모으면 아무리 멀리 있는 것들도 선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멀리 있는 천체들을 본다는 것은 과거를 본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보는 빛은 속도가 정해져 있습니다. 초속 약 30만km를 이동하죠. 이것을 이용해 천문학자들은 거리 단위도 만들어냈습니다. 바로 ‘광년’입니다. 1광년은 빛으로 1년이 걸리는 거리라는 뜻입니다. 태양을 예로 들어봅시다. 태양은 지구에서 1억 5천만km 떨어져 있습니다. 이는 빛으로 약 500초가 걸리는 거리에요. 즉, 태양까지의 거리는 500광초이며 태양 빛은 지구로 오기까지 500초간 우주를 여행한다는 것입니다. 다르게 말해서 우리는 500초 전의 태양 빛을 보고 있는 것이죠.

멀리 본다는 것은 과거를 본다는 것과 같습니다. /NASA

딥필드의 천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120억 광년 거리의 은하들이 허블 딥 필드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은하까지의 거리가 빛으로도 120억 년이 걸린다는 뜻입니다. 아까의 태양과 마찬가지로 생각해 봅시다. 이 은하에서 나오는 빛이 우리의 눈에 들어오기까지 120억 년이 걸린다는 뜻이며, 다르게 말하면 우리는 120억 년 전 은하의 모습을 보고 있는 중이죠. 더 멀리 있는 천체를 볼 수록 더 과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는 우주의 나이를 약 138억 년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138억 년 전 빅뱅이라 부르는 대폭발 이후 현재까지 팽창하고 있죠. 120억 년 전의 천체를 본다는 것은 빅뱅 이후, 우주가 겨우 18억 살일 때의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더 멀고 깊은 우주를 들여다보면 우리는 초기 우주의 모습에 더욱 가까워질 것입니다.


더 먼 과거를 향해

최근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허블 우주 망원경의 뒤를 이어 깊은 우주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구경 2.4m의 허블 우주 망원경보다 2배가 넘는 6.5m 크기의 거울을 사용해 훨씬 빛을 쉽게 모을 수 있습니다. 덕분에 허블 우주 망원경이 몇 주에 걸쳐 찍은 딥 필드 사진과 비슷한 수준을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단 12시간 만에 찍을 수 있어요. 더불어 우주가 팽창하며 생기는 적색편이 값은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커지게 되고 결국 가시광선을 넘어 적외선 영역에 들어가게 됩니다. 멀리 있는 은하는 아무리 빛이 강하다고 해도 눈으로는 감지할 수 없다는 것이죠.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적외선 카메라는 이런 은하들도 볼 수 있습니다.

제임스 웹이 찍은 딥 필드 사진. 2024년 3월 공개 /NASA, ESA, CSA, STScI

실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최근 빅뱅 이후 4억 3천만 년에 존재했던 은하를 발견하는 등의 성과를 이루어냈습니다. 앞으로 밝혀질 우주의 더 깊고 먼 과거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작성 : 별바다신문 이봄 주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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