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가 입은 옷, 아르테미스가 입을 옷 – 달 착륙 우주복의 소소한 이야기들

미 항공 우주국(NASA)이 또다시 달에 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11월 무인 우주선인 아르테미스 1호는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를 마쳤습니다. 2024년 발사될 아르테미스 2호는 우주인 4명을 싣고 달 주변을 돌아 다시 지구로 돌아옵니다. 오는 2025년, 아르테미스 3호에 탄 우주인들은 다시 한번 달에 착륙하게 됩니다. 마지막 달 착륙이었던 아폴로 17호(1972년) 이후 약 50년 만입니다.

2019년 최초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하는 로고. /NASA

달에 착륙하는 일은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일이 없습니다. 하나하나 안전을 위해 중요한 일들뿐이죠. 그중 하나는 달의 가혹한 환경으로부터 우주인들을 보호해 주는 우주복입니다. 지구보다 작은 달은 그만큼 중력도 작습니다. 지구의 1/6 수준밖에 되지 않죠. 하지만 중력이 작다는 건 생각보다 인간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합니다. 국제 우주 정거장의 수많은 우주인 덕분에 우리는 무중력에 가까운 상태에서도 건강을 유지하며 오랫동안 생활할 방법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죠. 중력보다 더 큰 문제점은 달의 대기입니다. 달은 공기가 거의 없습니다. 공기가 없다는 것은 그저 숨을 쉴 수 없다는 걸 넘어 우리 신체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높은 수압을 가진 심해에서 맨몸으로 살아남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기압이 없는 달에서도 맨몸으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반드시 지구와 같은 적당한 압력을 주는 우주복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우주복에는 앞서 말했던 압력 조절 외에도 다양한 기능들이 있습니다. 적당한 온도를 유지해 주는 장치, 우리가 숨 쉴 수 있게 산소를 공급하는 장치, 내뱉는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장치, 급한 볼일을 해결해 주는 기저귀나 다양한 도구들을 수납할 수 있는 주머니, 높은 중력 가속도를 버티게 해주는 기능 등등 다양합니다. 시대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과 기능들을 제공해 왔었죠. 그렇다면 달에 착륙할 사람들이 입을 우주복에는 특별히 어떤 기능을 넣어야 할까요? 첫 번째로는 기동성입니다. 달에서 걷고, 시료를 채취하고, 자동차를 타고 또 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달 표면의 작은 먼지들을 조심해야 합니다. 달에는 엄청 고운 입자의 모래들이 깔려있고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우주복에 마구 달라붙죠. 지구로 돌아오는 길에 무중력을 다시 겪어야 하는 입장에서 이런 달 먼지들이 우주선에 유입되면 골칫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아폴로 계획에서는 덧신을 신거나 진공청소기를 가지고 최대한 먼지들을 제거하려 시도했지만, 완벽할 수는 없었어요.

아폴로 17호의 사령관 유진 서넌. 우주복이 달의 먼지로 가득하다. /NASA

본격적으로 우주복에 대해 소소한 이야기를 해 볼까요? 아래 사진은 1969년 처음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의 우주인들입니다. 왼쪽부터 닐 암스트롱, 마이클 콜린스, 버즈 올드린입니다. 세 명의 우주인이 38만 킬로미터가 넘는 달로 향했지만 아쉽게도 모두가 달에 발을 디딜 수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이 중 한 명은 사령선에 남아야 했죠. 달 주변을 도는 사령선을 지키며 다시 지구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동안 나머지 두 명은 달에 착륙하여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재밌는 것은 우주인들 사이에서도 각자의 역할에 따라 우주복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아래 사진에서 누가 홀로 남아 사령선을 지키고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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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 우주인들. 왼쪽부터 닐 암스트롱(사령관), 마이클 콜린스(사령선 조종사), 버즈 올드린(달 착륙선 조종사). /NASA

누구인지 찾으셨나요? 바로 가운데 앉아 아주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마이클 콜린스입니다. – 누군가는 농담으로 콜린스 혼자 웃고 있지 않아 달에 착륙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했어요. 설마 정말 혼자 달에 착륙하지 못해 웃지 못한 걸까요? – 콜린스의 우주복을 살펴봅시다. 아주 깔끔한 우주복이에요. 암스트롱과 올드린의 우주복 배 쪽에 다양한 장치들이 주렁주렁 달린 것과 비교되는 모습입니다. 두 사람의 우주복에만 있는 파랗고 빨간 커넥터들은 사실 콜린스의 우주복에도 있는 것입니다. 다만 두 사람에게는 하나씩 더 달아두었습니다. 달 표면에서 외부 활동을 하며 다양한 장비들과 연결하고 또 긴급 상황 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말이죠. 가장 위쪽은 물의 순환, 두 번째 줄은 산소 공급, 세 번째 줄은 산소 배출을 위한 커넥터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한 줄에 하나씩만 연결해 놓고 나머지 닫혀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콜린스는 하나씩밖에 없어 선택권이 없지만요. 암스트롱은 산소 공급 호스를 오른쪽에, 올드린은 왼쪽에 연결해 놓았네요.

위 사진은 아폴로 12호부터 17호까지의 우주인들의 모습입니다. 탐사마다 세 명의 우주인이 달로 향했고 그중 두 명만이 달에 착륙했습니다. 콜린스와 같이 사령선에 남아있는 사령선 조종사를 우주복만으로 찾아보세요. 아폴로 미션이 진행될수록 우주복은 진화했습니다. 기동성을 늘리기 위해 지퍼의 위치를 이리저리 바꾸면서 커넥터의 위치도 다양하게 바뀌었죠.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사령선 지휘관의 우주복은 항상 커넥터의 수가 적은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르테미스 2호에 탑승 할 네 명의 우주인들. 왼쪽부터 빅터 글로버, 제러미 핸슨, 크리스티나 코크, 리드 와이즈먼. /NASA

그럼, 내년에 아르테미스 2호의 우주인들이 입을 우주복을 살펴봅시다. 일단 색이 강렬한 주황색입니다. 이는 지구에 불시착할 경우를 대비하여 바다에서도, 정글에서도 눈에 띄기 쉬운 색으로 정한 것입니다. 이 말에서 알 수 있듯, 사진 속 우주복은 달에 착륙해서 입는 옷이 아니에요. 아르테미스 2호의 목표는 달 착륙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아폴로 미션 때와는 달리 옷만 보고서는 누가 달에 착륙하는지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거 아시나요? 사실 아르테미스 미션에서 누가 달에 착륙할지는 우주복이 아닌 얼굴을 보면 예상할 수 있습니다. 나사에서 최초의 ‘여성’과 ‘유색인종’의 달 방문이라고 내걸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해당하는 두 사람만 찾는다면 달에 누가 착륙하는지 알 수 있답니다. 물론 차후 공개될 우주복에서도 차이점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몇 년 후 있을 실제 달 착륙과 그 위에서 활동할 우주인들을 위한 우주복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1년 전 아르테미스 미션의 우주복을 담당하는 Axiom 사에서 발표한 프로토타입 우주복은 아폴로 미션 때에 비해 기동력이 매우 좋습니다. 그리고 아르테미스 3호는 달의 남극에 착륙할 예정이므로 더욱더 높은 수준의 온도 유지가 필요합니다. 더불어 너무 크고 둔해 땅에 떨어진 물건을 줍기 어려웠던 아폴로 미션 때의 우주복의 단점을 보완해 쪼그려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하게 제작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최초로 달에 갈 여성을 위한 사이즈도 준비되었습니다. 여성뿐만 아니라 앞으로 달에 가게 될 다양한 체형의 사람들을 위해 범용 사이즈의 우주복을 만들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예전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선외 활동이 계획된 여성 우주인이 맞는 사이즈의 우주복이 없어 취소된 적이 있습니다. 아르테미스 미션에 사용될 우주복은 남성과 여성 90%를 아우르는 사이즈로 제작한다고 하니 이런 안타까운 일이 적기를 바랍니다.

참고 :
1. 스미소니언 항공 우주 박물관, 아폴로 미션 https://airandspace.si.edu/explore/stories/apollo-missions
2. 나사, 아르테미스 미션 https://www.nasa.gov/humans-in-space/artemis/
3. 미 공군 국립 박물관, 유투브 채널 National Museum of the U.S. Air Force

작성 : 별바다신문 이봄 교육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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