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내=별바다신문) 이봄 주임연구원 = 우리가 사는 지구는 태양계의 일원입니다. 태양계는 수천억 개의 별이 모인 우리은하 안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은하는 어디에 속해 있을까요? 수많은 은하가 중력으로 뭉친 거대한 도시, 바로 ‘은하단’의 일원입니다. 최근 한국천문연구원(KASI)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국천문연구원과 국제 공동 연구진이 인류 역사상 관측된 것 중 가장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가장 무거운 ‘원시 초은하단(proto-supercluster)’을 발견해 우주의 태동기를 밝히는 결정적 단서를 찾아냈습니다.

■ 우리은하의 5,000배, 우주 나이 20억 살 때 태어난 거인
이번에 발견된 천체의 이름은 ‘COSMOS-z3.1-A’입니다. 지구와 COSMOS-z3.1-A 사이에는 빛으로도 120억 년이 걸립니다. 지금 보고 있는 이 천체의 모습은 120억 년 전에 출발한 빛, 즉 과거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우주의 나이가 지금(약 138억 년)의 15% 수준인 20억 년에 불과하던 초창기 우주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가장 놀라운 점은 그 크기와 질량입니다. 이 거대 구조의 질량은 우리은하의 약 5,000배에 달합니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학계에 알려졌던 가장 오래된 원시 초은하단인 ‘하이페리온(Hyperion)’보다도 더 이른 시기에 형성된 구조로, 은하단 1만 개 가운데 단 하나가 존재할까 말까 할 정도로 매우 희귀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 2차원 사진을 넘어 ‘3차원 입체 우주 지도’로 재구성하다
거대한 우주 구조를 찾아내는 일은 망원경 사진 한 장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밤하늘 사진(2차원)에서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들이 마치 한 평면에 뭉쳐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주는 천체마다 그 깊이가 다른 거대한 공간입니다. 은하들이 실제 우주 공간에서 어떻게 분포하고 서로 중력적으로 연결돼 있는지를 밝히기 위해서는 각 은하까지의 거리 정보가 필요합니다.
연구진은 칠레 빅터 M. 블랑코 4m 망원경에 장착된 암흑 에너지 카메라(DECam, Dark Energy Camera)로 수행한 대규모 탐사 프로젝트 ‘ODIN(One-hundred-deg² DECam Imaging in Narrowbands)’ 자료에서 은하 밀도가 유독 높은 후보들을 먼저 추려냈습니다. 이후 암흑에너지분광장비(DESI)와 제미니 망원경의 다천체분광기(GMOS), 켁Ⅱ 망원경(DEIMOS)을 총동원해 은하들의 빛을 분해하는 ‘분광 관측’을 수행했습니다. 빛의 파장이 붉은색 쪽으로 밀리는 적색편이 현상을 측정해 은하까지의 거리를 계산해 낸 것입니다.
이렇게 얻은 평면 좌표와 거리 데이터를 결합하자, 먼 우주에 흩어진 원시은하단들의 3차원 입체 구조가 처음으로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 우주 거미줄 교차점에서 입증된 ‘상향식 성장’의 비밀
완성된 3차원 지도를 들여다본 과학자들은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원시 초은하단은 둥글고 매끄러운 형태가 아니라, 여러 개의 작은 은하 덩어리들이 불규칙하게 얽혀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거대한 가스 기둥들이 거미줄처럼 뻗어나간 ‘우주 거미줄(Cosmic Web)’의 필라멘트들이 서로 교차하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는 작은 은하들이 먼저 생겨나 우주 거미줄을 따라 모여들고, 중력에 의해 서로 충돌하고 합쳐지며 오늘날의 ‘머리털자리 은하단’ 같은 성숙하고 거대한 은하단으로 성장한다는 천문학의 ‘상향식(Bottom-up) 우주 구조 형성 이론’을 뒷받침하는 결과입니다.

■ 한국 천문학 연구진이 일궈낸 주도적 활약
이번 연구의 이면에는 한국 천문학자들의 끈기 있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한국천문연구원 문병하·전은수 연구원은 원시은하단 내 거대한 가스 구름인 ‘라이만 알파 성운’을 추적하고 후속 분광 관측을 이끌며 성운과 은하단 사이의 물리적 상호작용을 밝혔습니다. 또한 천문연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 제미니 국제천문대의 관측 인프라가 3차원 지도를 완성하는 결정적 열쇠가 되었습니다.
* 논문 및 연구팀
○ 논문
– 제목 : ODIN: Characterizing the Three-dimensional Structure of Two Protocluster Complexes at z=3.1
– 게재지 : 미국 천체물리학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
– 게재 일자 : 2026년 9월 9일
○ 연구팀
반다나 라마크리슈난(Vandana Ramakrishnan, 퍼듀 대학) 포함 총 55명
※ 한국인 연구자
– 문병하(천문연, UST 졸업): 제3저자
– 전은수(천문연, UST 학생): 제4저자
– 양유진(천문연, ODIN 프로그램 천문연 책임자)
– 정웅섭(천문연, UST 교수)
– 홍성용(천문연)
– 이재현(천문연)
– 송현미(충남대)
– 황호성(서울대)
– 이성국(서울대)
– 임상혁(서울대, 고등과학원)
– 박창범(고등과학원)
※ 자료 출처: 한국천문연구원(KASI) 보도자료 — “우주에서 역대 가장 먼 원시 초은하단 발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