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밤하늘: 청명한 가을 밤하늘 무르익는 별자리 이야기 (+맨눈, 쌍안경 관측)

청명한 가을 밤하늘에 영롱한 별빛이 무르익어 갑니다. 가을은 밝은 별이 많지 않지만, 하늘이 깨끗하고 별이 선명해 별자리를 찾기 좋은 계절이에요. 그리고 숨어 있는 천체들을 찾는 재미도 있지요.

사진1. 10월 15일 21시 동쪽하늘 – 가을철 별자리와 카펠라

늦은 밤 동쪽 하늘에는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황백색의 밝은 별, 카펠라가 떠오릅니다. 카펠라가 보이기 시작하면 날이 슬슬 추워지기 시작하면서 김장 준비를 할 때가 되는데요, 이 때문에 사람들은 김장별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카펠라 위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가을철 대표 별자리들이 자리하고 있어요. 신도 아니고, 영웅도 아닌, 어느 고대 왕국 왕실 이야기가 담긴 별자리들이랍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에티오피아 공주 ‘안드로메다’예요. 에티오피아는 ‘검게 그을린 얼굴(의 사람들)’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aithiops에서 유래한 말로, 오늘날의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에티오피아 나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에요. 당시 그리스인들이 북아프리카의 누비아 지역 사람들을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크고 잘생겨서 신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라고 기록한 것으로 보아, 안드로메다 역시 검은 피부를 가진 매우 아름다운 여성으로 여겨졌을 거예요. 하지만 이 아름다운 공주는 바위에 묶여 있는 모습이에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사진2. 프레더릭 레이턴, ‘안드로메다와 페르세우스'(1891년, 워커 아트 갤러리, 영국 리버풀). 서양 예술가들에게 흑인과 아름다움은 이질적인 것이었고, 서양 미술에서 흑인은 철저하게 지워졌다.

안드로메다의 어머니이자 세페우스 왕의 아내인 카시오페이아는 나르시시즘과 허영심이 가득한 여왕이었어요. “나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왕이야! 이건 신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걸?” 그녀의 도발은 신들의 귀에 들어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노하게 했지요. 그의 노여움을 잠재우는 방법은 단 한 가지, 그녀의 딸 안드로메다 공주를 바다 괴물의 제물로 바치는 것뿐이었어요.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었지요. 안드로메다는 쇠사슬에 묶인 채 두려움에 떨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 그곳을 우연히 지나가던 페르세우스 용사가 바다 괴물을 단번에 딱딱한 돌로 만들어 버리고는 그녀를 구출해 냈어요. 그의 손에는 눈이 마주치는 순간 돌로 변한다는 저주에 걸린 메두사의 머리가 들려있었거든요. 두 사람은 이를 계기로 부부가 되어 행복한 여생을 보냈고, 훗날 아테네 여신에 의해 두 사람의 영화 같은 사랑이야기는 별자리로 영원히 남게 되었답니다.

안드로메다은하

사진3. 안드로메다자리와 안드로메다은하 위치 표시
사진4. 안드로메다은하 (사진: 용인어린이천문대 심형섭 선생님)

안드로메다자리는 3개의 별이 밝게 도드라지는 별자리예요. 그중 가운데 별에 수직으로 가상의 짧은 선을 그려 ‘ㅗ’ 모양을 만들어보세요. 그리고 짧은 선의 끝 쪽을 맨눈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희미한 먼짓덩어리 같은 것을 볼 수 있답니다. 바로, 우리의 개념이 존재하는 곳, 안드로메다은하랍니다. 일반적인 사람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은하예요. 쌍안경이나 망원경으로 보면 희미하지만 밝은 빛을 볼 수 있는데요, 이는 은하핵이랍니다.

플레이아데스성단

사진5. 페르세우스자리와 플레이아데스성단 위치 표시
사진6. 플레이아데스성단 (사진: 의왕어린이천문대 신정욱 대장)

용감한 용사 페르세우스자리는 시옷(ㅅ) 또는 사람인(人)의 모양을 하고 있어요. 별자리선을 길게 그리며 시선을 내리다 보면, 페르세우스의 발치에서 작게 반짝이는 별뭉치를 볼 수 있어요. 바로, 수많은 별이 중력에 의해 모인 천체, 플레이아데스성단이랍니다. 밤하늘에 소금을 조금 뿌려놓은 듯한 모습으로, 맨눈으로도 찾기가 무척 쉬워요. 쌍안경으로 그 모습을 본다면, 아주 작은 다이아몬드 알갱이들을 뿌려놓은 것처럼 보일 거예요. 페르세우스가 안드로메다를 위해 준비한 보석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