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 가까워진 시대입니다. 이제 과학자나 군인이 아니더라도 비용만 지불하면 우주여행이 가능합니다. 이런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일까요? 20~30년 전만 해도 우주 관련 영화는 허구가 많이 섞인 공상과학 이야기였습니다. 우주를 걸어 다니거나 외계인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흔했죠. 하지만 최근의 우주 영화들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머지않아 현실이 될 미래를 그려냅니다.
그럼에도 영화 속에는 여전히 작은 과학적 오류가 존재합니다. 영화적 연출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보편적인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합니다. 영화 속 주인공에게 이입하며 관람하는 관객들은 이런 오류를 쉽게 발견하지 못합니다. 너무 자연스럽게 녹아 있기 때문이죠.
오늘은 영화 속에 숨겨진 과학적 오류를 찾아보겠습니다. 2022년 개봉한 영화 ‘문 폴(Moonfall)’, 즉 달이 지구로 추락한다는 내용을 담은 영화입니다. 달이 지구에 충돌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어떤 장면이 우리를 속이고 있는지 알아봅시다.
1. 우주복은 원래 이런 모습일까?

주인공은 우주인입니다. 2011년, 우주에서 위성 수리 임무를 수행 중이었죠. 지구 뒤로 멀리 달의 모습도 보입니다. 주인공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 볼까요?

주인공의 표정을 보니 심각한 일이 발생한 듯합니다. 동료 우주인과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네요. 이 장면에서 과학적 오류는 무엇일까요?
>> 정답: 우주복 헬멧은 투명하지 않다!
우주는 대기가 없는 진공 상태입니다. 지구에서는 대기를 통해 약해진 태양빛을 받지만, 우주 공간에서는 강력한 태양 자외선과 우주 방사선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인간의 피부와 눈은 이 강력한 방사선에 매우 취약합니다. 실제 우주복 헬멧에는 강한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어두운 필터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배우의 표정을 보여주기 위해 투명한 헬멧을 사용했지만, 실제로는 건강에 매우 위험한 설정입니다. 영화적 허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알아보자.

달의 궤도가 바뀌어 지구로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NASA의 과학자들은 달에서 발생한 이상 현상을 조사하려고 합니다. 주인공이 과거 우주에서 임무 수행 중 달의 크레이터에서 이상 현상을 목격했다고 보고했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은 해당 장소를 선명한 화질로 촬영합니다. 스크린에 나타난 크레이터 그림자 속에서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듯한 구멍이 보입니다.
>> 정답: 크레이터의 그림자 속은 이렇게 쉽게 들여다 볼 수 없다!
지구에서는 대기의 산란 효과로 그림자 안쪽까지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달은 대기가 없어 그림자 내부는 완전한 암흑입니다. 고성능 카메라라도 쉽게 관측할 수 없습니다. 한국의 달 탐사선 ‘다누리호’에 탑재된 ShadowCam은 기존 달 궤도 카메라보다 200배 더 민감한 장비로, 노출 시간을 기존보다 20~80배 더 길게 설정해야 겨우 그림자 내부를 촬영할 수 있습니다. 영화처럼 쉽게 그림자 내부가 보일 수는 없습니다.
3. 달이 점점 가까워진다!

과학자들의 노력에도 달은 지구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점점 더 가까워지는 달이 거대하게 보입니다. 지금은 상현달이 서쪽 하늘로 지고 있네요. 달과 지구의 거리가 줄어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영화에서는 달의 접근으로 바닷물이 크게 이동하며 쓰나미가 발생합니다. 도시는 해일로 인해 물에 잠깁니다.
>>정답: 달이 질 때는 썰물이다!
제로 달이 머리 위에 있을 때 밀물이 되고, 달이 서쪽으로 지면서 썰물이 됩니다. 영화에서처럼 달이 지고 있을 때 물이 몰려오는 장면은 과학적 오류입니다. 실제로는 썰물이 되어야 합니다. 물론 달이 가까워지면 밀물과 썰물의 수위 차이가 극단적으로 커지는 건 맞습니다. 거리가 두 배 가까워지면 조석력은 8배 늘어나죠.
4. 마지막 우주선을 타고 달로!

주인공들은 달에서 일어난 일을 조사하기 위해 은퇴한 우주왕복선 ‘엔데버’를 타고 달로 향합니다.

로켓 발사 순간에도 달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결국 바닷물이 밀려와 로켓을 덮치지만, 로켓은 달의 중력을 이용해 성공적으로 발사됩니다. 달에 가면, 달이 왜 떨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유를 알면 해결 방법도 찾을 수 있을지 몰라요.
>> 정답: 이 장면에서 과학적 오류는 없다.
로켓은 자체적으로 연료와 산화제를 포함하고 있어 외부 산소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미 연소가 시작되었다면 물이 튀는 정도의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습니다.
5. 작은 탐사선을 타고 달 속으로!

주인공은 거대한 우주 왕복선에서 나와 작은 탐사선으로 갈아탑니다. 달의 파편을 피해 달 속으로 들어갈 시간입니다.

사람들이 떠난 우주 왕복선 엔데버는 제어를 잃고 달 파편에 부딪혀 폭발하고맙니다. 달로 향하는 주인공들의 뒤편으로 폭발하는 우주왕복선의 빛이 비추고 있네요. 이 짧은 장면에서는 어떤 오류가 있을까요?
>> 정답: 우주에서는 화염을 동반한 폭발은 일어나기 힘들다!
연료를 잔뜩 가지고 있는 우주선이 무언가와 부딪힌다고 상상해봅시다. 그럼 굉음과 함께 불꽃, 화염, 연쇄적인 폭발이 쉽게 상상됩니다. 하지만 우주 공간은 지구와는 다릅니다. 우리의 상식이 실현되지 않는 곳이에요. 일단 불이 난다는 것은 연소 반응이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는 산소가 있다는 뜻이죠. 우주 공간은 산소가 없는 진공입니다. 연료와 산화제가 정확한 조건에서 만나지 않는 이상 화염을 동반한 폭발은 불가능합니다. 실제로는 압력 차이로 인한 파편의 폭발이나 가스의 분출만 가능합니다. 영화적 연출을 위해 화려한 폭발 장면을 추가한 것입니다.
주인공들이 달의 내부에서 어떤 미지의 상황과 마주하게 될지 궁금하다면 영화 ‘문 폴’을 끝까지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영화 속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숨겨진 과학적 오류들이 더 많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직접 그 오류들을 찾아보며 더욱 깊이 있는 영화 감상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 작성 : 별바다 신문 이봄 주임연구원 ( spring@astrocamp.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