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밤하늘 속 숨은 세계, 게자리 55 Cancri e 외계 행성

(별내=별바다신문) 이봄 주임연구원 = 봄, 화려했던 겨울철 별자리가 지나고 단아한 봄철 별자리가 하늘을 채웁니다. 사자자리의 당당한 모습과 처녀자리의 눈부신 스피카 위로,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품고 있는 별자리가 있습니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 ‘게자리(Cancer)’입니다. 오늘은 이 별자리 속에 숨겨진, 인류가 찾은 뜨겁고 신비로운 외계 행성의 비밀을 공개합니다.

가운데 위(북두칠성, 큰곰자리)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목동자리, 처녀자리, 사자자리, 게자리, 쌍둥이자리. /stellarium

■ 봄철 별자리의 숨은 주인공, ‘게자리’를 찾아보세요

봄철 밤하늘에서 별을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봄철의 대곡선’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북두칠성의 국자 손잡이에서 시작된 부드러운 곡선을 따라 내려가면 목동자리의 밝은 주황색 별 ‘아크투루스’를 만나게 되고, 그 길을 더 연장하면 처녀자리의 하늘색 별 ‘스피카’에 닿게 됩니다.

이 거대한 곡선의 안쪽에는 사다리꼴 모양의 사자자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게자리는 사자자리의 살짝 오른쪽, 그러니까 쌍둥이자리와 사자자리 사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게자리는 화려한 일등성은 없지만, Y자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듯한 은은한 별 무리를 발견했다면 여러분은 게자리를 제대로 찾아낸 것입니다.

게자리는 비록 빛은 약하지만, 그 중심에는 ‘프레세페(Praesepe)’라는 아름다운 산개성단(M44)을 품고 있어 천문학자들에게는 매우 소중한 관측 대상입니다. 오늘은 지구와 41광년 멀리 떨어진 게자리의 구석, 태양과 닮은 ’55 Cancri’ 별로 가보겠습니다. 이 별은 작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세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55 cancri 별의 위치 /stellarium

■ 펄펄 끓는 지옥의 세계, 외계 행성 ’55 Cancri e’

게자리 55 별 주위에는 다섯 개의 행성이 발견되었습니다. 그중 가장 안쪽에서 별과 아주 가깝게 붙어 도는 행성이 바로 ’55 Cancri e’입니다. 수성과 태양 사이 거리의 25분의 1수준으로 가깝게 도는 이 행성은 ‘암석형 행성’이지만 ‘암석형 행성’이라 부르기엔 다소 특별한 점들이 많습니다. 과거 NASA의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은 이 행성에 대해 놀라운 관측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 온몸이 녹아내린 ‘용암 바다’의 행성: 이 행성은 중심 별과 너무 가까워 표면 온도가 무려 2,000°C가 넘습니다. 땅은 모두 녹아 거대한 마그마 바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너무 가까운 탓에 동주기 자전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쪽 면은 항상 별을 향하고 다른 쪽 면은 영원히 어둠 속에 있는 것입니다.
  • 과학계를 놀라게 한 ‘공기(대기)’의 흔적: 보통 이렇게 뜨거운 행성은 별의 강한 항성풍 때문에 대기가 모두 날아가 버리기 마련입니다. 수성과 같이 말이죠. 하지만 JWST의 정밀 관측 결과 이 행성은 대기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들을 찾았습니다.
  • 암석 행성 탐사의 새 지평: 55 Cancri e의 환경은 과거 마그마 바다로 덮여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구, 금성, 화성의 초기 환경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55 Cancri e 또는 얀센(Janssen) /Illustration: NASA, ESA, CSA, Ralf Crawford (STScI)

■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별들

게자리의 ’55 Cancri e’뿐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밤하늘에서 보는 수많은 별은 저마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외계 행성들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 처녀자리에는 목성만큼 크지만 질량은 작은 솜사탕같은 행성 WASP-107 b가 있고,
  • 사자자리에는 바다가 존재할지도 모르는 K2-18 b가 숨어 있습니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우리는 태양계 밖의 행성이 존재하는지조차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겨우 30년 전에야 최초로 외계 행성의 존재를 확인했죠. 하지만 이제 인류는 제임스 웹과 같은 초정밀 우주 망원경을 통해 먼 별의 공기 성분까지 알아내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과학자들은 “우주에 우리만 있을까?”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저 멀리 있는 별빛을 하나 씩 분석하고 있습니다.

■ 오늘 밤, 별 속 세계를 상상해보세요.

오늘 밤 하늘을 보며 게자리를 포함한 봄철 별자리들을 찾아보세요. 비록 우리 눈에는 희미한 게자리일지라도, 그곳에는 우리가 상상조차 하기 힘든 뜨거운 마그마의 바다가 요동치고 두꺼운 공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별자리 속 수많은 별들은 또 어떤 희귀하고 독특한 세계를 가지고 있을까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멋진 세상을 상상해보세요. 언젠가 상상만 하던 세상이 발견될 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