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탐구 과정 아이들과 화성 탐사를 준비해 보았습니다. 비록 역사상 단 한 번도 유인 탐사를 해 보지 못한 곳이지만요. 탐사를 위한 예산을 미션을 통해 얻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가던 대원들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합니다. 로켓 제작에만 예산의 1/3 이상을 써야 하거든요. 나머지 돈으로 우주 식량, 운동 기구, 정수기, 방한 용품, 우주복, 산소탱크, 물 등등 모든 것들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2명의 탐사 대원과 선생님까지, 총 3명의 여행을 준비하려니, 결국 무언가 하나는 포기해야했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던 대원들은 장난스러운 미소와 함께 해결책(?)을 내 놓았습니다.
” 선생님, 저희는 우주복 두 벌에 잠수복 한 벌 살게요!
예산이 부족하니 선생님은 잠수복 입고 화성 가요! 알겠죠?”

교실은 순식간에 웃음으로 가득 찼습니다. 하지만 장난꾸러기 대원들의 말 속에는 아주 흥미로운 과학적 질문이 숨어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예산을 아끼기 위해 진짜 잠수복을 입고 우주로 나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사실 아이들이 잠수복을 대안으로 떠올린 데에는 그럴싸한 이유가 또 있었습니다. 우주비행사가 무중력 상태에 적응하기 위해 거대한 수조 안에서 ‘수중 훈련’을 받는 장면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죠. 물속에서는 몸을 뜨게 하는 ‘부력’ 덕분에 우주의 무중력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잠수복은 안으로 오는 압력을, 우주복은 밖으로 나가는 압력을!
잠수복과 우주복은 모두 극한 환경에서 신체를 보호하고 숨을 쉴 수 있게 해 준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사실 이 둘은 압력을 대하는 방식이 완전히 반대입니다. 점수복은 높은 수압이 몸을 ‘누르는’환경을 견디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깊은 바닷속은 엄청난 물의 무게가 몸을 압박하기 때문에, 잠수복은 이 외부 압력을 차단하거나 체온을 유지하는 데 집중합니다.
반면, 우주는 압력이 거의 없는 공간입니다. 우리는 이를 진공상태라고 부릅니다. 인간의 신체는 지구 환경인 1기압에 적응되어 있는데, 우주는 0기압이니, 몸 안의 압력이 밖으로 ‘터져 나가려는’ 힘이 발생합니다. 우주복은 이 힘을 견디기 위해 내부를 일정한 기압으로 팽팽하게 유지해 주는 장치입니다.

■ 잠수복을 입고 우주에 나간다면?
슬프게도 아이들의 제안대로 선생님이 잠수복을 입고 우주에 나간다면, 선생님은 큰 곤경에 처하게 됩니다. 화성 땅을 밟기도 전, 문이 열리자마자 큰 곤경에 처하게 됩니다.
- 몸이 부풀어오른다.
잠수복은 외부의 높은 수압을 견디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공기가 없는 진공의 우주에서는 우리 몸속의 공기가 밖으로 터져 나가려고 합니다. 안에서 밀어내는 이 엄청난 압력을 잠수복의 지퍼나 나사들이 견디지 못하고 벌어지게 되죠. 결국 1기압의 차이를 이기지 못해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 침과 눈물이 보글보글
기압이 낮아지면 액체의 끓는점도 낮아집니다. 높은 산에서 라면을 끓일 때 물이 낮은 온도에서 끓어 면이 설익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0에 가까운 우주 기압에서는 우리 체온(36.5도) 정도의 온도에서도 수분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합니다. 뜨겁지 않은데도 입속의 침과 눈의 수분이 끓어오르는 기괴한 현상을 겪게 될 것입니다. - 방한복과 방염복을 동시에
지구의 대기는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지만, 우주는 그렇지 않습니다. 태양 빛이 없는 그늘은 영하 100도 이하로 떨어지고, 빛이 닿는 곳은 순식간에 100도 이상으로 치솟습니다. 고무 재질의 잠수복은 이런 극단적인 ‘지옥의 온도’를 차단할 능력이 없습니다. - 산소 마스크의 배신
가장 역설적인 것은 산소 마스크입니다. 깊은 바다용 산소 시스템은 수압에 맞서기 위해 아주 높은 압력으로 산소를 공급합니다. 이 장치가 우주에서 똑같이 작동한다면, 안 그래도 팽창한 잠수복 내부에 고압의 산소를 들이부어 순식간에 잠수복을 폭발시켜 버릴 수도 있습니다.
■ 우주복이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결국, 아이들이 아끼려고 했던 ‘우주복 예산’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었던 셈입니다. 최첨단 유압 시스템과 산소 공급 장치, 10층 이상의 특수 섬유 레이어로 이루어진 우주복 한 벌의 가격은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을 호가합니다. 화성의 미세한 먼지를 막고, 우주 방사선을 차단하며, 내부 기압을 지구와 똑같이 유지해 주기 때문입니다.
실습을 마치며 아이들은 “선생님, 다음에는 예산을 더 열심히 모아서 꼭 우주복 사드릴게요!”라며 훈훈한 약속을 남겼습니다. 비록 잠수복을 입고 화성에 갈 수는 없지만, 아이들의 기발한 장난 덕분에 우리는 우주복이 잠수복과 비교하며 고민할 필요도 없는 필수 품목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예산이 부족하다고 잠수복을 선택하는 일은 없으시길 바랍니다!

